본문으로 바로가기


0.자취방에 대한 기억


  저의 첫 자취방은 다니던 대학교 바로 앞 낡은 빌라 꼭대기층 가건물로 세워진 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가건물로 세워 보증금 보존에도 불안한 상황이었는데, 당시에는 지식이 부족했었습니다. 콘크리트벽이 아니라, 얇은 스티로폼 합판으로 지어진 건물이었어서, 방에 보일러를 틀어도 외투를 입고 전기장판 없이는 잘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다음 집은 대학생 전세대출의 힘을 받아 전세로 옮겨갔지만, 골방처럼 해도 바람도 들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덩달아 벌레들, 특히 바퀴벌레들의 향연의 축제를 열던 곳이었습니다. 그 전세집에서 이사나오던 날, 가전과 가구 대부분을 버리고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가능하면 제 옷과 소지품 모두 버리고 나오고 싶을 만큼 바퀴벌레 소굴이었습니다. 지금의 지식으로는 그 집을 이사가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다년간의 여러 집으로 이사다니며, 현재는 노하우가 쌓였습니다. 피해야할 요소들을 저는 몸소 매 2년마다 경험해온 기분입니다. 


1.집보러 갔을때, 체크해야할 사항들


  집을 알아보는 단계에서는 되도록 한 동네씩 집을 보러 가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만약 서교동 마포구 중에서 서교동, 망원동으로 알아본다면, 미리 부동산에 전화한 후 매물이 있는지 알아보는것이 중요합니다. 있다면 어느 시간대에 방문하겠다고 말하고 여러 군데의 중개소에 전화하여 대략적 시간약속을 잡고, 방문 전에 전화하면 됩니다. 

  집을 보고 나와서, 정말 맘에 들면 바로 계약할 수 있지만 지양하는 바입니다. 이유는 집을 보고 나와서 임차인의 동태에 따라서 중개업자들은 많은 영업으로 바로 계약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2년 혹은 그 이상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는 일이기때문에, 더 뜸들이고 시간을 들여도 좋습니다. 집을 보고 나와서는 "맘에 드는데, 혹시 이 조건을 더 부여해줄 수 없나요?" 라던가 "맘에 드는데, 다른 곳 모두 둘러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는게 가장 좋습니다. 


① 곰팡이의 서식의 유무

 - 이 아이가 살고 있는지 아닌지를 경험하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신발장, 옷장 뒤편, 책장 등 으슥하고 확인해보기 어려운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곰팡이는 사람 건강에 참 좋지 않습니다. 기관지염을 일으키거나, 심각하게는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알수 있는 방법은 서 있을때 복숭아뼈 있는 정도의  높이에 벽지를 살펴봅니다. 얼룩덜룩하거나, 물방울모양처럼 잡혀있거나, 손을 가져다 대었을때 촉촉하다면 거의 6-70% "곰팡이들도 이 집에 살고 있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②변기, 세면대 등 물이 나올 수 있는 모든 곳의 수압 확인

 - 수압은 사람이 사는데 중요합니다. 너무 세서 모공파괴자가 되어도 힘이 들고, 너무 약해서 큰일 후 내려가지 않는 고통을 받는 것 역시 괴롭습니다. 수압이 강하면, 사용자가 줄이면 되지만 약하면, 답이 없습니다. 수압의 경우엔 한 빌라에서 나눠 사용하는 개념인데, 노후한 수도시설이면 녹물 뿐 아니라 수압도 낮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물이 부족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압은 세면 셀수록 좋습니다.


③벌레의 흔적을 찾아라

 - 집에서 만날 수 있는 벌레는 다양합니다. 돈벌레,바퀴벌레,개미 등등등입니다. 이 벌레들 중에서 가장 악질의 벌렌느 바퀴벌레입니다. 바퀴벌레는 어쩌면 인류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했을거라 추측할만큼 강한 번식력과 종족보존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바퀴벌레 자신이 죽자마자 품고 있던 알을 낳아서 또 번식하게 할 정도라고 합니다. 바퀴벌레는 한번 생겨나면 집에서 물러나게 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벌레의 흔적은 싱크대 하단부, 화장실 변기 뒷편에 있습니다. 원두 커피카루처럼 작은 알갱이가 집안 구석진 곳 여러 군데에 있다면 역시 옹기종기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바입니다. 싱크대 위 찬장, 가스렌지 아래도 꼭 확인해보고 확인해본 바, 모두 있었다면 월세도 나눠 내자고 벌레에게 제안해야할 만큼, 그 집은 이미 바퀴벌레와 함께 살고 있는 집입니다.


④환기를 할 수 있는 창문, 안전을 위한 장치 유무

 - 처음엔 "자취하는데 뭘 해먹겠어" 생각하지만, 식생활을 모두 해결하는 소중한 집이기 때문에 많은 음식을 시켜먹거나, 만들어 먹습니다. 원룸일수록 환기는 필수적 요소가 되기때문에 반드시 창문은 있으면 좋습니다. 창문이 있다고 만사 좋은 것은 아니고, 2중창으로 외부와의 열전도 방어를 해줄 수 있는지도 체크해야할 사항입니다. 


⑤장판과 도배지 

 - 월세로 들어간다면, 꼭 요청하시는게 좋습니다. 보통의 경우 주인집에서 "기존 살던 사람이 깨끗하게 써서 괜찮아요."  라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1번의 경우처럼 곰팡이가 살았던 흔적을 발견하면 당당히 말씀하십시요. "도배지 아래 설어있는데, 곰팡이 서식에 좋은 조건입니다. 꼭 해주시면 안될까요?" 혹은 집주인이 아니라 공인중개를 해주시는 부동산 업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계약서 작성할때 기타사항으로 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점만 정리해드립니다. 

 따져봐야할 요소는 곰팡이의 서식하는지, 집의 수압은 세면 셀수록 좋으니 수압 체크, 벌레 중 가장 못된 벌레인 바퀴벌레가 사는지 흔적 찾아보기, 환기가능한 요소가 있는지, 장판 도배지의 상태를 체크하고 집주인 혹은 중개자 분에게 요청하기 입니다. 


2년 이상 살 수도 있는 귀한 집입니다. 위의 것을 따져보느라 이 곳 저 곳 살펴보아도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위 사항을 준수하면, 자취방을 구하는데 큰 실수를 줄일 수 있을거라 장담합니다. 



이미 자취하고 계신다구요? 티비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이 글도 보고 가시죠:) 




다음글 보기 이미지